사랑하는 우리 딸, 오늘은 네가 엄마 아빠에게 처음으로 건넨 단어에 대해 이야기해주려 해. 이미 여러 번 말했지만, 네가 언젠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엄마의 떨리던 목소리와 그때의 가슴 벅찬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우리 딸이 30개월이 다 되어가던 어느 아침이었다. 여느 때처럼 조용하고 평온한 아침이었지. 너는 침대 옆에 쌓기 컵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어. 엄마는 너의 작은 손으로 컵을 이리저리 만지며 집중하는 모습에 그저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지. 그때였어!! 너의 작은 손이 분홍색 컵에 그려진 악어 그림을 가리켰어! 그리고 아주 또렷하게, 하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너의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거~"
그 짧고 어설픈 두 글자가 엄마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랫소리처럼 들렸단다. 콧속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차올랐지만, 엄마는 울 겨를이 없었어.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돼!' 하는 다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핸드폰을 찾아들었지. 네게 다시 그 단어를 말해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아~거~'라고 네게 물으면, 너는 환하게 웃으며 또다시 '아~거~'라고 대답해 주었다. 몇 번이나 네게 묻고 또 물었는지 모른다. 네가 혹시라도 잊어버릴까 봐, 이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서.
그렇게 너는 엄마에게 악어를, 엄마는 너에게 눈물을 선물했다. 과연 네가 언제쯤 어떤 말을 할까 하는 물음표가 엄마 아빠의 마음속에 늘 자리 잡고 있었어. 그래서 너의 첫 자발화 단어가 분홍색 컵 속의 '악어'였다는 것이 엄마에게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단다.
악어는 너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존재였고, 너의 마음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단어였겠지. 네가 발견한 세상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곳이었고, 너의 속도는 우리와 조금 달랐다. 하지만 그 특별함 속에서 너는 누구보다 용감하게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낸 것이다. 엄마에게 네가 건넨 그 단어는, '나는 나의 속도로 가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듯했어.
사랑하는 우리 딸, 그때의 영상을 아직도 엄마는 간직하고 있다. 눈물범벅이 된 엄마의 목소리와, 해맑게 '아~거~'라고 말하는 너의 모습이 담긴 그 영상은 엄마 아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란다.
지금도 여전히 너는 너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엄마 아빠는 그런 너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며 응원하고 있다. 언젠가 네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엄마 아빠와 함께했던 이 소중한 추억들을 기억하고, 너의 모든 걸음이 옳았다는 것을 믿어주길 바란다.
사랑한다, 우리 딸. 영원히 너의 속도를 응원하며.
2025년 여름, 너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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