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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리의 속도

우리의 속도 : 사랑하는 딸에게

by SV_Banggrae:) 2025.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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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아이가 캠핑장에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

 

사랑하고 소중한 우리 딸, 언젠가 네가 조금 더 자라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엄마 아빠와 함께 걸어온 우리의 시간이 얼마나 특별했는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늘, 우리만의 속도로 걸어왔단다.

 

2013년 5월 11일 엄마와 아빠는 조금 늦게 만나 결혼을 했단다. 친구들은 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도, 엄마 아빠는 서로를 기다리느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냈지. 그때는 몰랐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훗날 너를 만날 준비를 하는 소중한 과정이었단다. 어쩌면 우리의 결혼도, 우리만의 속도에 맞춰 가장 완벽한 때에 이루어졌던 것 같아.

 

결혼 후, 너를 기다리는 7년이라는 시간은 엄마 아빠에게 또 다른 기다림의 연속이었단다. 수없이 병원 문턱을 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매일을 보냈지. '우리는 과연 엄마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도, 너를 향한 간절한 마음 하나로 버텨냈단다. 엄마랑 아빠는 "방그레"라는 닉네임으로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그러던 2021년 1월, 기적처럼 방그레가 엄마뱃속에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지.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찼단다. 이 모든 것이 '우리만의 속도'로 흘러가는 순간이었어.

 

엄마이름 아빠이름 한글자씩을 갖고 "우주"라는 태명을 짓고 너의 건강을 위해 하루하루 즐겁고 편안하게 지냈단다. 하지만 너와의 만남은 또다시 엄마 아빠에게 예측 불가능한 '속도'를 선물했지. 예정일보다 훨씬 일찍, 네가 엄마 뱃속에서 나오고 싶다고 신호를 보냈을 때 엄마 아빠는 너무나 놀라고 두려웠단다. 응급으로 서둘러 병원으로 향하고, 2021년 8월 그렇게 엄마 뱃속에 품고 있던 너를 예정에 없이 일찍 만나게 되었지. 처음 마주한 너는 너무나 작고 연약해서 엄마 아빠의 가슴을 저미게 했단다. 하지만 그 작은 몸으로 세상에 나와 숨 쉬는 너의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 강인한 생명력이었어. 너는 그때부터 이미 너만의 속도로, 가장 용감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단다.

 

그렇게 조마조마함과 사랑으로 시작된 육아의 시간. 너는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느리게 말을 시작했단다. 24개월 영유아검진을 받고 엄마 아빠는 너에게 언어지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우리는 소아재활과에 발달정밀검사 예약을 하고 너의 8개 영역에 대한 검진과 진단을 받고 발달 지연 소견을 받았어. 그래서 발달치료센터를 알아보고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를 시작했지.

엄마 아빠는 네가 친구들처럼 빨리 말을 하기를 바라는 조급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어. 너는 발달치료센터에서 선생님과 놀이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도 했고, 엄마 아빠는 너의 언어 발달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단다. 매일 밤 너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너와 잦은 눈맞춤을 하려고 노력하고 너의 작은 목소리에도 온 마음을 다해 반응했지. 그 시간들이 때로는 힘들고 지치기도 했지만, 너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꼈단다. '느려도 괜찮아, 너는 너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라고 서로를 다독이며, 우리는 조급함을 내려놓는 법을 배워갔단다.

 

2025년 우리 딸이 유치원 5세반 입학을 하고 적응하며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함께 깔깔 웃으며 뛰어놀고, 발달센터에서 언어와 감각통합 선생님과 함께 미션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아빠는 깨달았단다. 너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것을. 그리고 너의 모든 걸음걸음이 바로 '우리의 속도'라는 것을 말이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필요도, 조급해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사랑하는 딸, 지금처럼 너만의 속도로 세상을 탐험하고, 너만의 방식으로 배우고, 너만의 색깔로 빛나주렴.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너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가장 열렬한 팬이 되어 너의 모든 순간을 응원할게. 이 글이 언젠가 네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가 되고, 엄마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작은 열쇠가 되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우리 딸. 영원히 너의 속도를 응원하며.

 

2025년 여름, 너를 가장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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